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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저는 한 자선 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를 방문하곤 하였습니다. 날마다 음식이라고는 그곳에서 얻어먹는 것뿐인 가난한 걸인들을 위한 시설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친절한 부인들이 봉사하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식사가 끝난 다음, 더 많은 걸인들이 남은 음식을 해치우려고 오곤 하였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서 특별한 관심을 끄는 걸인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 숟가락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였습니다! 그는 자기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꺼내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서둘러 자기 몫을 먹은 다음, 마치 ‘이건 내 거야!’라고 감탄하는 듯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다시 쳐다보았습니다. 그러고는 그것을 여러 번 핥아 깨끗하게 한 뒤, 자신의 낡은 옷에 넣었습니다. 물론, 그 숟가락은 그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불행한 동료들 가운데 자신을 부자라고 여기는 매우 가엾은 걸인이었습니다.

그즈음에 저는 스페인 귀족 부인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눈에 걸인이니 귀족이니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며, 아담과 하와의 후손으로 장점과 단점을 지닌 나약한 피조물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저버린다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우리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뒤로는 민족, 언어, 인종, 빈부의 차별이 사라졌고,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제가 말한 귀족 부인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저택에서 살았지만, 자신에게 쓰는 돈은 아주 적었고 자기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에 자신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들에게 넉넉한 대가를 지불하였고, 궁핍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었습니다. 이 부인은 수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었던 엄청난 재화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난하였고, 절제의 생활을 하였으며, 모든 것을 철저하게 내려놓았습니다. 분명하지 않습니까?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는 모두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만일 가난한 마음을 얻고 싶다면, 자신을 위해서는 아끼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충분히 넉넉해지십시오. 변덕이나 허영심 등에서 나오는 사치나 편안함을 위한 불필요한 지출은 피하십시오. 여러분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을 생각해 내지 마십시오.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에서 배우십시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2-13). 우리 마음이 세상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속박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사도처럼 영적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레고리오 성인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앙의 경기장에 들어간 우리는 모두 악령과 싸우게 됩니다. 악마들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들과 싸울 때에는 우리도 맨몸으로 나가야 합니다. 만일 옷을 입은 사람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자와 싸운다면, 옷이 붙들려 금방 끌려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것들이 옷 종류가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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