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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하느님의 친구들»에 작은 것들 → 경건에 항이 있음.

우리 자신의 신앙심이 지금 어떠하고 또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느님과 이루는 인격적 관계에서 어떤 점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 깊이 생각할 때에, 만일 여러분이 제 말을 올바로 이해하였다면 어떤 환상적인 모습을 떠올리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날마다 주님께 작은 사랑의 징표를 보여 드린다면, 그분께서 참으로 행복해하심을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생활 계획을 세워 투신하고 꾸준히 이행하십시오. 몇 분이라도 묵상기도를 바치고, 가능하다면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자주 영성체를 하십시오. 비록 대죄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하고, 성체 조배와 묵주기도, 그리고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은혜로운 수많은 신심 행위를 실천하십시오.

그러나 그 행위들이 완고한 규정처럼 되어서도 안 되고 숨 막히게 하는 감옥이어서도 안 됩니다. 이를 유용하게 적용하여, 힘겨운 직업 생활과 사회적 책무에 시달리며 세상의 한가운데를 여행하는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여러분은 하느님과의 대화를 계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 계획은 손에 딱 맞는 고무장갑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부디 중요한 것은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날마다 할 수 있는 일을, 그것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일 수도 있지만, 성심성의껏 하면 됩니다. 그러한 신심 행위들을 통해서 여러분이 거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관상기도로 들어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영혼은 더 많은 사랑, 열망, 감사, 참회의 행위들과 신령성체를 할 것입니다. 이는 여러분이 일상적인 일들을 수행하는 동안에 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이 전화를 받고, 버스를 타고, 문을 열거나 닫고, 성당 앞을 지날 때에 일어나는 일이며,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을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입니다.

제 어린 시절의 기억 가운데 가장 생생한 것 하나는, 우리 집 근처의 산 위쪽 언덕길을 따라서 쭉 세워진 표지판들입니다. 대개 붉은 페인트가 칠해진 커다란 표지판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눈이 내려서 길과 밭과 초원, 바위와 산골짜기를 뒤덮었을 때, 사람들은 언제나 그 표지판들을 기준으로 해서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내적 생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봄과 여름도 있지만, 겨울도 있습니다. 햇빛 없는 날도 있고, 달빛 없는 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님과 맺은 우정이 변덕스러운 우리 기분에 좌우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기심과 게으름이 스며들고, 틀림없이 사랑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릴 때에 몇몇 신심 행위를 확고히 하는 것은, 언제나 길을 뚜렷하게 표시해 주는 붉은 표지판처럼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그 신심 행위는 감상에 젖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정 상황에 알맞고 굳건히 뿌리 내린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시기를 견디면, 우리 주님께서 다시 햇빛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눈은 녹고, 우리 심장은 다시 한 번 빠르게 뛸 것이며 결코 꺼지지 않았던 불로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그 불은 시련의 시기에 우리 자신의 보잘것없는 노력과 희생 때문에 생긴 재 아래에 작은 불씨로 숨어 있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