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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의 때가 되었을 때, 성모님은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슬픔 속에서 들으셨습니다. “지나가던 자들이 머리를 흔들어 대며 예수님을 모독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짓겠다는 자야,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마태 27,39-40). 성모님은 고통받는 아드님과 하나 되어, 아드님이 부르짖으시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십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성모님이 무엇을 하실 수 있었겠습니까? 그분은,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구원하신 아드님의 사랑에 온전히 일치하여, 날카로운 칼에 심장이 꿰찔리는 무한한 슬픔을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의 고요하고 사랑스러운 현존을 느끼며 새롭게 위안을 받으십니다. 성모님은 소리를 지르시지도 않고, 열광적으로 뛰어나가시지도 않으십니다. 다만, 아드님 곁에 서 계십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보시고, 그다음에 요한에게 고개를 돌리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9,26-27). 그리스도께서는, 요한이 대표하는 모든 인간, 특히 당신을 믿는 제자들을 어머니께 맡기셨습니다.

교회는 ‘복된 탓’(부활찬송)을 노래합니다. 우리에게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해 주었기에 복된 탓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마리아를 어머니로 얻게 해 주었으니 복된 탓이라고 덧붙일 수 있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안전합니다. 하늘과 땅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간청하시어 온갖 은혜를 얻어 주시니, 우리는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모님께, 그리고 당신 어머니의 자녀인 우리에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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