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날 빛이 우리를 비출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위대한 선언(宣言)입니다.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씀에 감동합니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온 인류에게 선포됐습니다. 하느님께서 ‘바로 여기’에 계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함께 계신다는 이 진리가 우리의 모든 삶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탄은 우리에게 새롭고도 특별한 하느님과의 만남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빛과 은총을 우리네 영혼 깊숙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성모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그 아기’ 앞에 멈춰 섭니다. ‘그 아기’는 우리와 같은 육신을 취하신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우리는 그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1951년 8월 15일에 아주 특별한 이유로 이탈리아 로레토에 있는 ‘성가정 성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조용하고 경건하게 미사를 집전하고 싶었죠. 하지만 저는 그곳의 수많은 신자들의 열정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이 깊었던 그곳의 신자들이 ‘성모 승천 대축일’에 엄청난 인파로 모일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교회법적으로는 그곳 신자들의 신심을 표현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전례법규에 따라 제대에 입을 맞추려 했을 때 그곳 여성 신자들 서너 명도 저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히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전승(傳承)에 따르면, 로레토의 ‘성가정’은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요셉 성인의 집이었다고 합니다. 그 가정집의 제대 위에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요한 1,14)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상의 한 작은 모퉁이에, 사람이 지은 집에서 하느님께서 살고 계셨던 것입니다.

성경 인용
다른 언어로 된 이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