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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 우리 주님과 함께하는 구원사업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묵상하는 영혼은 사도적 열정으로 충만해집니다. “내 마음이 속에서 달아올랐고, 내 생각에 활활 불이 타올랐다.” (시편 39,4) 이 ‘불’이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불’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루카 12,49) 이것이 바로 기도를 통해 힘을 얻는 사도적 열정의 불길인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된 ‘평화를 위한 전투’라는 소명을 이루기 위해 기도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부르심을 받은 ‘평화를 위한 전투’란 그리스도의 고통을 더욱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채워나가기 위해 세상 모든 곳에서 펼쳐지는 분투를 뜻합니다.

우리가 본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러나 열두 사도들이 그분과 친교를 맺은 것처럼 그리스도인은 기도와 성체 안에서 예수님과 친교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도적 열정에 불타오를 수 있습니다. 사도적 열정은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봉사하게 하고,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을 구원하게 하고, 그가 어디를 가든지 평화와 기쁨의 씨앗을 뿌리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봉사’는 사도직의 모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에만 기댄다면, 우리는 초자연적 차원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도구가 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필리 4,13) 한없이 선하신 하느님께서는 적당하지 않은 도구를 쓰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도에게 다른 목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주님께서 사도 안에 오셔서 사도를 통하여 일하시도록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신을 온전히 내맡김으로써 한 피조물을 통해, 즉 당신께서 선택하신 영혼을 통해 주님의 구원사업을 이루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 명의 사도, 그가 곧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는 세례를 통해서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나무에 접붙여지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는 견진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음을 알게 됩니다. 견진성사를 받은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서의 활동으로 하느님을 섬기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자들이 가진 보편 사제직입니다. 이 보편 사제직은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어느 정도 더불어 나누도록 합니다. 보편 사제직은 사제가 지닌 직무 사제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그리스도인에게 교회의 흠숭지례에 참여하는 자격을 부여합니다. 또한 기도와 보속을 통해 말과 모범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합니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리스도 자신 (Ipse Christus)’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신 중재자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과 함께 아버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봉헌하기 위해 그리스도와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세상의 한가운데서 하느님의 자녀로 부르심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직 자신만이 거룩하게 되기 위해 노력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길로 나아가, 그 길들이 모든 장애물을 넘어 인간의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는 길이 되도록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평범한 시민으로서 모든 세속적 활동에 참여할 때 우리는 밀가루 반죽을 변화시키는 누룩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승천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순수하게 인간적인 모든 존재들에게 구원받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주셨습니다. 대 그레고리오 성인은 이 사실을 독특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오셨던 곳으로 가셨습니다. 그분이 머물던 곳인 지상으로부터 천국으로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승천하시던 그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하나로 합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에 우리는 장엄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선고된 판결이 거두어졌고, 우리를 타락하게 한 결정들이 취소됐다고 선포해야 하는 것입니다.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라는 말씀을 들은 바로 그 인간의 본성(本性)이 오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세상이 거룩하게 될 수 있다는 말씀을 여러분께 반복해서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겐 세상을 성화(聖化)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특별한 역할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가 세상을 더럽힌 죄의 정황(情況)들을 씻어내 이 세상을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영적 봉헌으로 이 세상을 우리 주님께 바쳐야 합니다. 이 세상을 주님께 드리려면, 당신의 은총과 우리의 노력을 통해 그분께서 받으실만한 세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인간 존재는 초자연적인 중요성을 지닙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이 완벽한 인간의 본성을 취하셨으며, 당신의 현존과 당신께서 직접 하신 일들로 이 세상을 축성하셨기 때문입니다. 세례 때 우리가 받은 위대한 소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영혼을 구원해야 하는 이 과업을 우리 어깨 위에 나누어 짊어지도록 재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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