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우리는 방금 사도행전에서 ‘성령 강림 대축일’에 관해 읽었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은 성령께서 주님의 제자들에게 오신 날입니다. 오늘 독서를 읽으면서 우리는 하느님의 위대하신 권능이 드러나는 현장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바로 그 하느님의 권능으로 교회의 삶이 온 세상에 전파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순명하심으로써 스스로 십자가의 제물이 되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승리하셨습니다. 죽음과 죄를 이기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승리는 여기 거룩한 광채 안에서 눈부시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증언했던 제자들은 성령의 기운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새로운 빛에 한껏 열렸습니다. 제자들은 그리스도를 따랐고 그분의 가르침을 믿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들이 항상 완벽하게 이해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실 ‘진리의 영’께서 아직 오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오직 예수님만이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주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그분을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약했습니다. 그래서 시련의 순간에 주님을 홀로 두고 도망쳤던 것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에 벌어진 모든 일들은 이미 지나가 다시 올 수 없는 사건입니다. 굳센 영이신 성령께서 제자들을 확고하고 강하며 용감하게 만들어 주셨던 것입니다. 사도들이 전하는 말씀이 예루살렘 거리에 강렬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세상 곳곳으로부터 예루살렘에 온 남녀들이 놀라움에 가득 차 사도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파프티아 사람, 메디아 사람, 엘람 사람, 또 메소포타미아와 유다와 카파도키아와 폰토스와 아시아 주민, 프리기아와 팜필리아와 이집트 주민, 키레네 부근 리비아의 여러 지방 주민, 여기에 머무르는 로마인, 유다인과 유다교로 개종한 이들, 그리고 크레타 사람과 아라비아 사람인 우리가 저들이 하느님의 위업을 말하는 것을 저마다 자기 언어로 듣고 있지 않는가?” (사도 2, 9-11) 자신들의 눈앞에서 이토록 경이로운 일이 벌어지자 사도들의 강론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주님의 제자들에게 강림하신 바로 그 성령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신앙으로 이끄신 것입니다.

루카 성인에 따르면, 베드로 성인이 말씀하시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자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고 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사도 2, 37-38) 성경에 의하면 그날 3천 명가량이 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에 일어난 성령의 장엄한 강림은 결코 별도로 동떨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사도행전에서는 성령과 그분의 활동에 관해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성령께서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든 생활과 생계 활동을 인도하고, 갈 길을 정해주고, 활기를 불어넣으셨습니다. 베드로 성인의 강론에 영감을 주신 분도, 사도들의 믿음을 강하게 해주신 분도, 당신의 현존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부르심을 확신하게 해준 분도,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를 먼 나라에 보내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새로운 길을 열게 하신 분도 바로 성령이십니다. 한마디로 말해 성령은 항상 존재하시며 그분의 가르침은 어디에나 계신 것입니다.

다른 언어로 된 이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