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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 

우리가 성경에서 보는 심오한 사실들은 결코 지나간 과거의 기억이 아닙니다. 이미 역사 속에 묻혀버린 교회의 황금기에 대한 추억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죄와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기록된 사실들은 오늘날 교회의 실재(實在)인 동시에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교회의 현실(現實)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요한 14, 1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그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셔서 영원하신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거룩하게 하고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기 위해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하느님의 힘과 권능이 이 땅을 환하게 밝히셨습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 영원히 엄존(儼存)하십니다. 때문에 교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선함을 선포함으로써 언제나 모든 일에서 온 세상 민족들 앞에 우뚝 선 표징이 될 것입니다. 너무도 엄청난 인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확신과 기쁨에 차서 하늘을 우러러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를 죄로부터 자유롭게 하셨습니다. 교회 안에 현존하며 활동하시는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영원한 행복을 맛보게 해주십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려고 하시는 참 기쁨과 평화를 알게 해주십니다.

‘성령 강림 때 베드로에게 왔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가지셨으며,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생명을 더불어 나누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성령을 주셨습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세례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셨다고 일러줍니다. “성령을 통하여 거듭나고 새로워지도록 물로 씻어 구원하신 것입니다. 이 성령을 하느님께서는 우리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풍성히 부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분의 은총으로 의롭게 되어, 영원한 생명의 희망에 따라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티토 3, 5-7)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나약함과 실패를 실감합니다. 또한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 부르는 몇몇 사람들의 편협함과 비열함을 아프게 깨닫습니다. 아울러 사도직의 몇몇 과업들이 명백한 실패이거나 목적을 상실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죄의 실상(實狀)과 인간의 한계를 일깨워주는 이 모든 것들이 여전히 우리들 신앙의 시련일 수 있습니다. 숱한 유혹과 의혹들이 우리로 하여금 ‘대체 어디에 하느님의 힘과 권능이 있느냐?’고 묻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우리는 더욱 선명한 순결함과 굳건함으로 희망의 덕을 구현함과 동시에, 보다 더 충실해지고자 분투함으로써 그에 대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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