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던 그 손솔레스 성지를 방문하던 길에 우리는 어느 밀밭을 지나쳤습니다. 바람이 불어 흔들릴 때마다 밀은 빛을 발했습니다. 그때 저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일러주셨던 복음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수확 때가 온다.’하고 말하지 않느냐? 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다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 (요한 4,35) 그리고 저는 주님께서 당신 마음속에 품으셨던 것과 같은 갈망을 우리 마음에 심어주길 원하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윽고 저는 길을 벗어나 밀밭으로 가서 밀이삭을 뜯어 기념으로 간직했습니다.

우리의 눈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부르고 계시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며 그들에게 등을 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들만의 편협한 세계에 사로잡혀 살아가며 우리가 그들을 업신여기면 안 됩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예수님께서 사셨던 방식이 아닙니다. 복음은 자주 예수님의 자비에 관해 얘기하며,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느끼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함께 나누시는 예수님의 능력에 대해 말합니다. 그분은 나인 고을의 과부를 위로하셨고 , 나자로의 죽음에 슬피 우셨으며, 먹을 것 없이 당신을 따랐던 군중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또한 죄인들을 연민하셨고, 빛과 진리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을 가엾어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마르 6,34)

우리가 진정으로 성모님의 자녀라면, 우리는 주님의 이런 태도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우리 마음이 넓어져서 부드럽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 우리 형제들의 고통과 의혹, 외로움과 슬픔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간절하게 그들을 돕고 싶어질 것이고 그들에게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대하고, 성모님께서 그들에게 주시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목차
다른 언어로 된 이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