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maría Escrivá Ob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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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베들레헴에서 목격했습니다. 바로 그 사랑스러운 아기가 온 우주의 주님이십니다. 우리 함께 이 사실을 묵상합시다.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그분께서 지으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것들이 아버지 하느님과 화해하게 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이 흘린 성혈로 하늘과 땅 사이의 평화를 다시 세우셨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계신 임금이십니다. 주님께서 승천하신 뒤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제자들에게 흰옷을 입은 두 천사가 말했습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사도 1,11)

비록 인간의 정치 권력을 가진 임금들은 오래 가지 못하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도움으로 통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나라는 “영원무궁토록 다스리십니다” (탈출 15,18), “그분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이고 그분의 나라는 대대로 이어지리라.” (요한 4,31)

그리스도의 나라는 단순한 비유적 표현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그분은 당신이 사람이 되셨을 때 취하셨던 똑같은 육신으로 살아계십니다. 또한 죽으셨다가 부활하셨을 때의 그 영광스러운 육신 또한 말씀이 사람이 되신 모습 그대로 계속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입니다. 진정한 하느님이시고 또한 진정한 인간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살아계시고 다스리십니다. 그리스도는 우주의 주님이십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오직 그분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유지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분은 가장 영광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시지 않나요? 왜냐하면 당신의 나라는 비록 이 세상에 있지만, “이 땅에 속하지 않기” (요한 18,36)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께서는 빌라도에게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요한 18,37) 메시아에게 눈에 보이는 찰나의 권능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잘못 판단했던 것이지요.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 (로마 14,17)

하느님의 나라는 성령 안에서 누리는 진리와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이 있는 곳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나라입니다. 이는 곧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활동이자, 인간의 역사가 끝나고 마지막 날에 인간을 심판하기 위해 우리 주님께서 오실 때 절정에 이를 하느님의 역사(役事)인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지상에서 가르침을 주기 시작하셨을 때 정치적 계획(政綱)을 내세우시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마태 3,2)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가 가까웠다’는 기쁜 소식을 널리 알리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리고 곧 오실 그 나라를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 그리고 그분의 정의는 곧 거룩한 삶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만 하는 것이며, 진정으로 필요한 유일한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구원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신 초대입니다.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그는 종들을 보내어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마태 22,2-3) 그러므로 주님께서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 라는 진실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그리스도 사랑의 요청에 응답한다면 그 누구도 구원에서 배제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사랑의 요청이란, 다시 태어나는 것 , 영적으로 단순해져서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 , 그리고 하느님으로부터 우리를 떼어놓으려는 모든 것을 피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뿐 아니라 행동을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결연히 노력하기를 원하십니다. 왜냐하면 분투하는 자만이 영원한 유산을 받을 자격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나라는 지상에서 완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구원이나 심판의 최종 판결은 이곳 지상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씨 뿌리는 것과 같고 , 겨자씨가 자라나는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에 그것은 물고기로 가득 찬 그물과 같을 것입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처럼 모래 위에 던져져서 의로운 삶을 산 이들과 사악한 삶을 산 이들로 가려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 지상에서 사는 한, 하늘나라는 어떤 여인이 밀가루 서 말 속에 넣었다가 온통 부풀어 올라 버린 누룩과 비교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일러주신 나라를 이해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나라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걸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상인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얻어야 할 진주인 것입니다. 하늘나라는 참으로 밭에 숨겨진 보물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하늘나라는 얻기 어렵습니다. 그 나라를 얻을 수 있다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회개하는 인간의 겸손한 울부짖음은 하늘나라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렸던 도둑들 중 한 명이 주님께 간청했습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 23,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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