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maría Escrivá Ob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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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박사들과 함께 우리는 또한 몰약을 봉헌합니다. 몰약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결코 부족해선 안 되는 희생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몰약은 우리 주님의 수난을 떠올리게 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께 병사들이 “몰약을 탄 포도주”를 드렸죠. (마르 15,23). 그리고 주님의 시신이 묻히실 때 발라드렸던 것 또한 몰약이었습니다. (참조 요한 19,39). 하지만, 주님의 수난을 되새기며 희생과 고행의 필요성을 묵상하기 위해 오늘 이 기쁜 주님 공현 축제의 날을 슬프게 지내자는 뜻은 아닙니다.

고행은 결코 비관적이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없다면 고행은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행은 세속의 유혹들을 우리가 적절하게 이겨내도록 성장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와 함께 사는 이들을 당황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주위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할 자격이 없습니다. 고행을 한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스스로를 비참하고 가엾은 사람으로 여겨지게 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행동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며, 고통을 이겨냄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증명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반드시 상기시켜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보통 엄청나게 많은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고행이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마어마한 금욕을 요구하는 상황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행은 작은 성취들로 이뤄집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웃어주고, 육신이 요구하는 지나친 욕망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데 익숙해지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을 최선을 다해 잘 이용하고… 고행은 이런 수많은 작고 섬세한 일들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 우리는 작은 문제들에서 이런 고행을 발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곧잘 일어나는 어려움과 걱정 속에서 고행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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