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maría Escrivá Obras
61

사순시기는 당신의 공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보내신 40일을 기리는 기간입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승리로 절정을 맞이할 주님의 공생활을 준비하신 광야의 시기를 기념하는 것이지요. 40일의 사순시기는 기도와 참회의 기간입니다. 끝으로 전례에 따른 오늘의 복음 말씀을 떠올려 봅시다. 바로 그리스도의 유혹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인간이 감히 이해하기를 바랄 수 없는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 유혹을 받으시고, 악(惡)이 멋대로 설치게 놔두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가르침을 이해하도록 도와달라고 주님께 간청하면서 이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혹 당하시다… 전통적으로 광야에서 겪은 그리스도의 시련을 이런 식으로 바라봅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의 모범이 되신 주님께서는 유혹에 시달리는 일 또한 스스로 원하셨던 것입니다. 주님은 죄가 없다는 것 말고는 모든 면에서 우리와 같은 완벽한 인간이므로 우리와 똑같이 유혹 받으시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마도 약초와 풀뿌리 조금, 그리고 약간의 물 말고는 다른 어떤 음식물도 없이 40일간 금식하셨기에 예수님은 허기를 느끼셨을 겁니다. 보통의 인간들이 그렇듯 그분도 정말로 배가 고팠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마가 돌멩이를 빵으로 바꿔보라고 제안할 때 예수님은 당신의 육신이 갈구하는 음식을 거부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더욱 큰 유혹을 뿌리치십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당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님의 거룩한 힘을 쓰라는 유혹을 거절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적을 행하시지 않았습니다. 복음서 전체를 보면 여러분은 예수님께서 기적을 어떻게 일으키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카나의 결혼식에서 축하객들을 위해 물을 포도주로 바꾸시고, 배고픈 군중을 위해 빵과 물고기를 많아지게 하십니다. 그렇지만 당신 자신은 수년간 스스로 일을 하셔서 생계를 꾸리십니다. 그 후에 이스라엘 땅을 돌아다니며 공생활을 하시는 중에는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생활하십니다.

복음사가 요한 성인은 긴 여행을 하신 뒤 예수님께서 ‘시카르’의 우물에 도착하셨을 때 제자들을 고을로 보내 먹을 것을 사오게 하셨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사마리아 여인이 오는 것을 보자 예수님은 그녀에게 물을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부탁하는 방법 말고는 물을 얻을 길이 없었던 겁니다. 오래 길을 걷느라 지친 당신의 육신이 피곤을 느끼신 것입니다. 다른 경우였다면 그분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잠을 청해야 하셨겠죠. 당신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셔서 인간의 육체적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시는 우리 주님은 얼마나 너그러우십니까! 그분은 자신의 고충이나 노고를 피하기 위해 당신의 거룩한 힘을 절대 쓰시지 않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우리가 강인해지도록, 우리가 우리의 일을 사랑하도록, 그리고 우리들 자신이 노력한 결과를 음미할 수 있는 인간적이면서도 거룩한 고귀함을 깨닫도록 말입니다.

두 번째 유혹에서 악마는 예수님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권능을 사용하라는 악마의 제안을 다시 한번 거부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는 허영(虛榮)을 좇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 자신의 장점을 내보이는 배경으로 하느님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를 원하셨지만, 하느님의 계획을 미리 예상하지도, 기적의 시기를 앞당기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오직 인간의 고된 길을, 십자가로 나아가는 사랑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가셨을 뿐입니다.

세 번째 유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왕국과 권력과 명예를 제안받습니다. 악마는 이제 하느님께 온전히 바쳐야 할 신심(信心)마저도 인간의 야욕으로 돌리기 위해 열을 올립니다. 이렇게 악마는 편안한 삶을 우리에게 약속합니다. 우리가 악마 앞에, 우상 앞에 무릎 꿇기만 하면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가 참으로 경배해야 할 유일한 대상은 하느님뿐이라고 역설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하느님만을 섬기겠다는 당신의 다짐을 명확히 하십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마태 4,10)

이전의 장으로 보기 다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