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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투쟁(內的 鬪爭) 

바오로 성인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훌륭한 군사답게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2티모 2,3) 그리스도인의 삶은 투쟁이고, 전쟁입니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아름다운 전쟁입니다. 분열과 증오 때문에 일어나는 인간의 전쟁과는 완전히 다른 싸움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이 벌이는 전쟁은 스스로의 이기심과 맞서 싸우는 전투입니다. 이 전쟁은 일치와 사랑을 밑바탕으로 삼습니다. “우리가 비록 속된 세상에서 살아갈지언정, 속된 방식으로 싸우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전투 무기는 속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 덕분에 어떠한 요새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이론을 무너뜨리고,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가로막고 일어서는 모든 오만을 무너뜨리며, 모든 생각을 포로로 잡아 그리스도께 순종시킵니다.” (2코린 10,3-5)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벌여야 할 가차 없는 전쟁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교만과, 악한 일을 저지르려는 성향과, 스스로를 과시하려는 오만에 맞서 싸우는 전쟁입니다.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주님께서 결정적인 한 주간을 시작하시는 때입니다. 이날을 맞아 피상적인 질문은 제쳐두고,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인지 핵심으로 바로 들어갑시다. 보십시오. 우리가 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은 천국에 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것도 우리가 천국에 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가르침에 충실하기 위해서 참으로 필수적인 것이 있습니다. 영원한 행복을 향해 가는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에 맞서 집요하게 투쟁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벌여야 할 싸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의 약함을 상기시키고 우리의 타락과 실수들을 미리 내다보게 하는 싸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 먼지를 일으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피조물들이고 결점투성이입니다. 우리에겐 항상 결점이 필요하다고까지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결점들은 두 가지 빛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그 하나이고, 주님의 친절하심에 응답하겠다는 우리의 결심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하느님의 빛과 우리들 결점의 그림자가 이루는 이 같은 대비가 우리를 인간적이고 겸손하며 분별력 있고 관대하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들 자신을 속이지 맙시다. 우리는 삶에서 활력과 승리를 얻기도 하고 우울과 패배를 맛보기도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지상 순례에서, 심지어 우리가 제대에 모시고 공경하는 성인들에게도 이런 일들은 항상 있게 마련입니다. 베드로와 아우구스티누스, 프란치스코를 기억하지 않습니까?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은총을 입은 듯 확신하며 성인들의 업적을 순진하게 늘어놓는 성인들의 전기를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인들에 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교 영웅들의 진정한 삶의 이야기는 우리들 자신의 체험들과 닮아 있습니다. 그들은 싸워서 이기기도 했고, 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회개하고 삶의 전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우리가 비교적 자주 패배한다 하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심지어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별반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서조차 매번 실패한다고 해도 결코 놀라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며 항상 겸손합시다. 끊임없이 참고 버티며 투쟁합시다.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패배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기쁨을 가져다 드리는 수많은 승리들이 또한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올바른 지향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실패와 같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뜻을 이루길 바라십시오. 주님의 은총과 여러분 자신의 미소(微少)함에 항상 의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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