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maría Escrivá Obras
79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성품성사를 통해 신자들 가운데 몇몇이 그들 영혼에 인호(印號)를 받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 성사는 심오하고도 형언할 수 없는 성령의 감도(感導)하심으로 이뤄집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인호는 그들을 사제이신 그리스도께 인도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합니다. 주님의 신비체인 교회의 머리이신 분, 곧 예수님의 이름으로 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직무 사제직’은 일반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직무 사제직’을 받은 사목자들은 하느님께 거룩한 희생 제사를 봉헌하며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을 축성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해주고, 사람들에게 “하느님에 관한 모든 것을” (히브 5,1: 불카타 성경) 가르치는 사목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닙니다.

사제는 오로지 하느님의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는 사제의 영역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눈에 띄고자 하는 그 어떤 욕망도 거부해야 합니다. 사제는 심리학자도, 사회학자도, 인류학자도 아닙니다. 그는 또 한 명의 그리스도이며, 형제들의 영혼을 돌봐야 하는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만약 사제가 어떤 인간적 학문을 기반으로 하여 교의신학이나 윤리신학에 관해 가르칠 자격이 있는 사람인 척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슬픈 일일 겁니다. 만약 사제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제직의 업무에 진정으로 헌신한다면, 인간적 학문에 관해서는 자신이 아마추어나 관찰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혜로운 척하는 피상적인 모습이 일부 순진한 독자와 청중들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는 곧 인간의 학문에 있어서도, 신학(神學)에 있어서도 무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오늘날 일부 성직자들이 새로운 교회를 세우려 하는 듯이 보입니다.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새로운 교회를 세우는 것은 그리스도를 배신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을 하려는 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해야 하는 교회의 영적 목표를 세속적인 목표로 변질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혹에 사제들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거룩한 직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되며,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을 잃게 될 것이고, 교회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과 다른 사람들의 정치적 자유를 극도로 방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민사회에 혼란의 씨를 뿌리고 그들 스스로도 위험해질 것입니다. 성품성사는 신앙 안에서 형제들을 섬기는 초자연적인 성사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를 새로운 독재를 위한 세속적 도구로 변질시키려는 듯이 보입니다.

이전의 장으로 보기 다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