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서 거룩한 미사 

거룩한 미사는 우리들 신앙의 신비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신비를 마주하게 해줍니다. 왜냐하면 미사는 복되신 삼위일체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영성적 삶의 중심이요, 원천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사는 모든 성사의 목적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은총의 삶에 들어섰습니다. 그 은총의 삶은 견진성사를 통해 커지고 굳세어집니다. 그리고 미사 안에서 충만하게 자라납니다. 예루살렘의 치릴로 성인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성체성사에 참여할 때 우리는 성령의 거룩한 활동으로 인해 영적인 사람이 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삶 안에서 더불어 나누게 해주십니다. 세례성사에서 그런 것처럼요. 그뿐 아닙니다. 성령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충만함으로 우리를 이끌어, 우리가 온전히 그리스도를 닮을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성령의 강림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게 해주십니다. 또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십니다. 사랑이신 성령께서는 우리의 삶이 애덕(愛德)에 흠뻑 젖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나 되게” (consummati in unum. 요한 17, 23) 해주십니다. 그렇게 하나가 된 우리 자신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에게 성체가 해주시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대로 “일치의 표징이자 사랑의 끈”이 되는 것입니다.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미사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죠. 그런 신자들에게 미사는 사회적 관습까지는 아닐지라도 순전히 외적인 의식(儀式)입니다. 우리의 빈약한 마음에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을 판에 박힌 일상의 일처럼 대할 수 있는 이상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미사를 단순히 외적인 의식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지금 봉헌하고 있는 이 미사에서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현존하고 계십니다. 이 사실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이 위대한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우리는 영육 간에 우리들 자신을 온전히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께 말씀드리며, 그분을 보고, 그분을 음미합니다. 우리의 언어로는 부족할 때 우리는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의 혀가 주님의 위대하심을 온 인류에 선포하도록 재촉하며 ‘찬미하라, 내 혀야(Pange, lingua!)’라고 노래합니다.

다른 언어로 된 이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