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머리말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의 상처 안으로 들어가십시오.”[1]어떻게 하면 내적 생활을 더 깊게 할 수 있을지 충고해 달라고 청하는 사람들에게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몬시뇰은 이러한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단지 그는 자기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 줄 뿐이었으며, 자신이 일생동안 계속해 왔고, 또 그럼으로써 영적생활의 정점으로 자신을 이끌어 준 지름길을 밝혀주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그의 사랑은 언제나 정말로 실제적이며, 만질 수 있고, 강하며, 온유하고, 효성스럽고, 아주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오푸스데이의 창설자는 설득력 넘치는 격려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비결입니다.”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또 덧붙이기를 “열 두 사도들처럼 우리도 그분과 같이 살 수 있도록 우리는 그분을 아주 바짝 따라가야만 하고, 그렇게 하면 정말 가까워져서, 그분과 하나가 됩니다.”[2]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사람들에게 복음 말씀을 끊임없이 묵상 하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그리스도 생애의 어떤 장면들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을 듣게 되는 행운을 누렸던 사람들은, 그 장면들이 실제로 되살아나면서 정말 거기에 있다고 느끼고 또 그 장면 안에 바로 “또 하나의 인물처럼” 참여하는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

에스크리바 몬시뇰은 모든 복음이야기들 가운데서, 특히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해서 일러주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력과 사랑으로 머물러 있기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많은 묵상들은, 예수님께서 우리들 저마다에게 간절한 열망으로 다가오시고 그분의 모든 인간적인 약점과 하느님의 모든 위대하심을 드러내시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인성을 묵상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제가 사람들에게 주님의 수난에 관한 책들을 읽도록 늘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정한 경건함이 가득한 그런 작품들에서 우리 마음은 하느님의 아드님, 우리와 같은 인간이시며 또한 참 하느님이신 분, 육신을 취하시어 사랑을 보여주시고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고통을 겪으신 분을 만나게 됩니다.”[3]라고 말하였습니다. 정말로 그리스도인은 십자가 곁에서 성숙해지고 강해지는데, 그곳에서는 주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도 만나게 됩니다.

오푸스데이의 창설자는 갈바리아의 광경을 묵상한 결과로 이 《십자가의 길》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신심으로 십자가의 길을 실천하려는사람 누구에게나이 책을 강요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양심의 자유에 대한 그의 대단한 사랑과, 각 영혼의 내적생활에 대해 그가 느꼈던 깊은 존경심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영적 자녀들에게까지도, 하느님께서 오푸스데이를 위해 원하신 영성을 양성하는 것들 이외에는 신심을 위한 어떠한 특정한 방법들을 받아들이라고 절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에스크리바 몬시뇰 서거 후의 이 새로운 작품은, 이전에 나온 것들처럼 사람들이 기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주님의 은총을 통해 사랑과 슬픔을 느끼는 통회의 정신과 그분의 피의 대가로 우리를 구하신 주님을[4] 향해 감사하는 마음이 자라도록 마련된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묵상 항목으로 에스크리바 몬시뇰의 말씀을 포함시켰는데, 그것은 하느님에 대해서만, 하느님 이외에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던 그의 열성이 반영된 강론과 대화 중에서 선택한 것입니다.

《십자가의 길》은 슬픈 봉헌이 아닙니다. 에스크리바 몬시뇰은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십자가의 형상 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가르쳤습니다. 만일 그리스도의 수난이 고통의 길이라면, 동시에 그것은 확실한 승리로 이끌어 주는 희망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가 어느 한 강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행복을 바라신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한다면, 십자가가 없는 순간이 한순간도 없을지라도, 여러분은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십자가는 더이상 사형틀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옥좌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 주님의 어머니요 또한 우리의 어머니께서 계십니다. 복되신 동정녀께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힘을 얻어 주시어, 당신 아드님의 발자국을 확고하게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5]

    알바로 델 포르티요, 로마에서

    1980년 9월 14일 거룩한 십자가 현양 축일에

    [1]《길》288면
    [2]《하느님의 친구들》299면
    [3]《하느님의 친구들》299면
    [4] 1베드 1,18-19 참조.
    [5]《하느님의 친구들》141면

    시작 기도

    저의 주님,그리고 저의 하느님.

    저희는 성모님의 사랑스러운 눈길 아래에서,

    저희의 구원을 위한 대가였던,

    이 슬픔의 길을 따라,

    당신을 따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당신께서 고통 당하신 모든 것을 그대로 다 당하고, 당신께 우리의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심정을 봉헌하기 원하는 것은

    저희야말로 단지 죄지은 자들인데도

    무죄하신 당신께서 저희를 위해 죽으러 가시기 때문입니다.

    저의 성모님,슬픔의 동정녀시여,

    당신의 아드님께서 지상에서 보내시기 원하신 그 고초의 시간들을

    저도 다시 살아 보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당신의 아드님께서 그 시간들을 지상에서 보내기를 원하신 것은 한줌의 진흙으로 만들어진 저희를,

    하느님의 자녀의 자유와 영광 속에서 一

    In libertatem gloriae filiorum Dei-,

    마침내 살도록 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른 언어로 된 이 챕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