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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리스도께서 지나가신다»에 단순함 → 자연스러움 항이 있음.

제가 여러분께 여러 번 강조했던 예수님의 솔직하심과 소박하심에 관해 다시 한번 얘기하겠습니다. 그분의 숨겨진 시간들이라고 해서 결코 중요하지 않은 기간이 아니었으며, 단순히 다가올 공생활을 준비하는 기간도 아니었습니다. ‘오푸스데이’를 시작한 1928년 이후 저는, 하느님께서 주님의 삶 전체가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본보기가 되기를 바라셨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특히 그분이 평범한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신 그 숨겨진 세월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범한 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성소를 인정하길 원하십니다. 하느님께 순종하려면 당연히 우리의 이기심을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자신을 일상의 삶으로부터 분리시킬 이유는 없습니다. 일상의 삶을 사는 평범한 우리들은 누구나 나름의 계층과 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수많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자신을 거룩하게 하는 꿈을, 그들의 동료와 친구들과 더불어 열망과 노력을 나누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 꿈은 이뤄졌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 거룩한 진실에 관해 소리쳐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잊었다거나, 여러분을 부르신 적이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활동과 관심 속에서 살아가도록 여러분을 초대하신 것입니다. 그분은 여러분의 직업과 직종, 재능이 하느님의 거룩한 계획으로부터 결코 벗어나 있지 않은 것임을 알기를 바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것들을 성화하셔서 당신 아버지께 드리는 가장 기쁜 봉헌으로 만드셨습니다.

성모님 닮기 

우리의 어머니는 하느님 은총에 응답하는 본보기와 같은 분이십니다. 만약 우리가 성모님의 삶을 깊이 묵상한다면, 일상에서의 우리 존재를 거룩하게 하는 데 필요한 빛을 주님께서 내려주실 것입니다. 성모님께 봉헌된 축일들과 또 다른 날들을 기념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동정 마리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어떻게 행동하셨을까 상상해봅시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쓰며 그 순간들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는 꾸준히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마치 아이들이 그들의 어머니를 닮듯이 우리도 성모님의 자녀로서 그분을 닮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성모님의 사랑을 닮읍시다. 사랑이란 그저 좋은 느낌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을 베풀려면 우리의 대화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행동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동정 성모님께서는 단순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말씀만 하신 것이 아닙니다. 성모님께서는 삶의 모든 순간에서 확고하면서도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하셨고 이를 수행하셨습니다. 우리도 그래야만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게 될 때,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온전히 다 바쳐서 그분께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진실로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마태 7,21)라고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초자연적인 품위를 닮아야만 합니다. 그분은 구원의 역사에서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은 피조물이십니다. 왜냐하면 성모 마리아로 인하여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기” (요한 1,14)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을 드러내시지 않는 조용한 증인입니다. 당신 자신의 영광을 좇지 않으므로 칭찬받기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당신의 어린 아드님을 둘러싼 신비에 언제나 함께하셨지만, 그러한 신비들은 말하자면 ‘평범한’ 신비입니다. 거대한 기적들이 일어나고 군중이 놀라 환호할 때 그분은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작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셔서 왕으로 추앙받으셨을 때 우리는 마리아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도망가 버린 뒤 성모님은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십자가 곁에 다시 나타나십니다. 성모님의 이러한 행동방식은 그분 개인의 위대함과 심오함, 그리고 영혼의 성스러움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께 순명하는 그분의 모범에 따라 우리는 맹종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하느님을 섬기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에게서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복종하는 어리석은 처녀의 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주의 깊게 경청하며 자신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관해 물어보십니다. 그러고 나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온전히 헌신하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복되신 동정녀, 모든 우리 행동의 스승께서는 여기서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하느님께 순명하는 것은 굽신거리는 게 아니며, 우리 양심을 멀찍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는 내적으로 깊이 감화되어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하느님 자녀로서의 자유를 발견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