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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그리스도께서 지나가신다»에 성 삼위 → 삼위일체와 미사 항이 있음.

성목요일의 기쁨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한 성체께 항상 불러드렸던 그 찬미가를 우리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입을 열어 찬양하세. 영광의 성체 신비. 세상 구원 이루시려 흘리신 성혈 신비. 강생하신 만민 임금. 당신 피 흘리셨네. 순결하신 동정녀가 낳으신 아드님이 구원을 이루셨네” 우리는 성체 안에 숨어 계신 우리 하느님을 열렬히 경배해야 합니다. 그분은 예수님 당신 자신입니다. 동정 성모님께 잉태되어 나셔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당신 생명을 내어주신 그분이신 것입니다. 창으로 당신 옆구리를 찔리신 예수님은 물과 피를 흘리셨습니다.

이는 그리스도 자신을 우리 안에 받아 모시는 거룩한 잔치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수난을 새롭게 기억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그분을 통해서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미래의 영광을 약속받습니다. 교회 전례는 우리를 향한 주님 사랑의 역사의 정점(頂點)을 이렇게 몇 마디의 말씀으로 요약해왔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인간의 운명과 열망, 분투와 고통을 무관심하게 지켜보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렇게 멀리 계신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그분은 당신 자녀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말씀이 사람이 되신 분, 복되신 삼위일체의 제2위격이신 예수님을 보내십니다. 예수님이 인간의 본성을 취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구원을 위해 죽을 수 있게 하신 겁니다. 하늘에 계신 그분은 사랑 넘치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에 거하시는 성령의 활동을 통해 지금도 우리를 당신께 친절하게 이끌어 주십니다.

이것이야말로 성목요일에 우리가 느끼는 기쁨의 원천입니다. 창조주께서 당신의 피조물을 이토록 사랑하심을 깨닫는 것이 바로 기쁨의 근원인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체성사를 세우심으로써 항상 우리 곁에 계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그때까지 주님께서 행하신 다른 모든 자비의 증거들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당신 자비의 새로운 증거로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리하신 이유 중 한 가지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그분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지만, 우리와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셨습니다. 복되신 삼위일체께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에 빠지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은총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려 주셨고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세 1,26) 만드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셨습니다. 인간 개개인의 죄는 물론이고, 아담과 그의 후손들에게까지 뻗친 원죄로부터 구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인간의 영혼에 거하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요한 14,23)

성체와 삼위일체의 신비 

인간에 대한 복되신 삼위일체의 사랑은 성체를 통해서 숭고한 방식으로 영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해 전에 우리는 모두 성체가 희생제물이며, 성사(聖事)로 생각할 수 있다는 교리를 배웠습니다. 또한 (성체)성사는 영성체 안에 현존하며, 동시에 제대의 보물로서 감실 안에 계시다고 배웠습니다. 교회는 성체의 신비를 기념하기 위해 또 하나의 축일을 봉헌합니다. 바로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감실에 계시는 성체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목요일인 오늘, 우리는 거룩한 미사와 영성체 안에서 거룩한 성체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희생제물이자 우리의 양식으로서 성체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는 복되신 삼위일체께서 인간에게 주신 사랑에 관해 여러분께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 사랑을 미사보다 더 확실하게 우리가 알 수 있는 현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거룩한 세 위격께서는 제대에서 거행되는 희생제사 안에서 함께 활동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본기도와 봉헌기도, 그리고 영성체 후 기도의 마지막 말씀을 즐겨 반복합니다. “성자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주님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미사에서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께 쉬지 않고 기도드립니다.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지극히 높으신 영원한 사제이시며 동시에 이 희생제사에서 봉헌되는 제물이십니다. 그리고 참으로 성령의 활동도 미사 안에서 매우 명확하고 신비롭게 나타납니다. 이에 대해 다마스쿠스의 요한 성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성령의 권능으로 빵이 그리스도의 성체로 변화합니다.”

봉헌된 예물에 대해 사제가 하느님의 축복을 간구할 때에 성령의 활동이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오소서 성령님,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소서” 이렇게 봉헌되는 예물은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에 마땅히 드려야 할 제물입니다. 우리가 기도로 간청하는 성화(聖化)는 성부와 성자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성령에 의해 이뤄집니다. 우리는 영성체 직전에 이렇게 기도합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께서는 성부의 뜻에 따라 성령의 힘으로 죽음을 통하여 세상에 생명을 주셨나이다.” 이렇게 기도할 때, 우리는 이 희생제사에 임하시는 성령의 역동적인 활동을 깨닫게 됩니다.

성삼위께서는 제대의 희생제사 안에서 현존하십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성령의 함께하심으로, 성자께서 당신 자신을 구원의 희생제물로 봉헌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복되신 삼위일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우리 안에 받아들여야 할지 배웁니다. 삼위일체는 세 위격을 가지신 한 하느님입니다. 당신의 사랑과 우리를 거룩하게 해주시는 활동 안에서 하느님의 본질이 하나로 일치하신 세 위격이십니다.

세수식(洗手式)이 끝난 직후 사제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받으소서, 거룩한 삼위일체시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승천을 기념해 드리는 이 예물을 받으소서” 그리고 미사 말미에 삼위일체께 흠숭 드리는 또 다른 기도가 있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예물이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기쁨이 되게 하소서. 보잘것없는 제가 주님께 드리는 제물을 허락해주시고, 당신께서 받으실 만한 것이 되게 하소서. 제 예물이 저와, 제가 봉헌하며 기억한 모든 이들에게 당신의 자비로 용서의 은총을 가져오게 하소서.”

미사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활동’이라고 저는 강조합니다. 미사는 인간의 예식이 결코 아닙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자신의 몸과 목소리를 삼위일체의 활동에 연결시킴으로써 주님께서 바라시는 바를 이행합니다. 사제는 결코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위격과 그분의 이름으로 (persona et in nomine Christi) 행동하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삼위일체의 사랑으로 인해, 성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온 교회와 인류에게 모든 은총을 가져다주십니다. 이는 말라키 예언자가 선포한 바로 그 희생제물입니다.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내 이름은 민족들 가운데에서 드높다. 내 이름이 민족들 가운데에서 드높기에, 곳곳에서 내 이름에 향과 정결한 제물이 바쳐진다.” (말라 1,11) 이는 곧 성령의 도우심으로 아버지 하느님께 바쳐진 그리스도의 희생인 것입니다. 이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봉헌입니다. 이 봉헌은 우리 안에서 당신의 구원사업을 영원히 지속하게 하며, 구약의 희생제사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길이시며 중재자이십니다. 그분 안에 모든 것이 있고, 그분의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께서 가르치신 대로 우리는 감히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그분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전지전능하신 분이십니다. 동시에 우리가 당신께 돌아오기를 항상 기다리시는 사랑 가득한 아버지이십니다. 우리 삶에서 방탕한 아들의 이야기가 되풀이되듯이 말입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Ecce, Agnus Dei… Domine, non sum dignus…). 우리는 우리의 주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어떤 중요한 사람을 맞이할 때에 우리는 등불과 음악, 격식을 갖춘 옷 등 최상의 것들을 꺼내옵니다. 그렇다면, 우리 영혼에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이할 때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만약 우리가 인생에 단 한 번 그분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제가 어렸을 때는 성체를 자주 모시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영성체를 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지 기억합니다. 성체를 모시려면 영육 간에 모든 것이 올곧아야 했습니다. 최고로 좋은 옷을 입고 머리도 잘 단장해야 했습니다. 신체적인 청결함도 중요했고요. 아마 향수도 몇 방울 뿌렸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온갖 정성을 들여 영성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사랑으로 사랑을 되갚을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혼 안에 계신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는 미사를 마칩니다. 이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축복이 우리와 온종일 함께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정직한 사람들의 활동을 거룩하게 만드는 단순하고도 일상적인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미사에 참례하면, 여러분은 하느님의 세 위격과 개별적으로 깊은 친교를 맺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성자를 낳으신 아버지 하느님과 성부에 의해 탄생하신 성자, 그리고 성부와 성자로부터 오시는 성령… 하느님의 이 세 위격과 각각 친교를 맺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 위격 중 어느 한 분께 다가서면 우리는 한 분이신 하느님께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성부와 성자 성령께 모두 가까이 갈 때 우리는 다시 진정한 한 하느님의 현존 안으로 들어섭니다. 미사를 사랑하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속이 아무리 차갑더라도 영성체를 통해 우리 주님을 모시기를 갈망하십시오. 여러분의 감정이 여러분의 열망에 화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믿음과 희망과 불타는 사랑으로 성체를 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