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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 알아가기 

우리는 매우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어머니께 얘기하고픈 바람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분은 우리의 어머니시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성모님을 살아계신 누군가로 대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죽음도 그분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현존 안에서 육신과 영혼으로 살아계십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모 마리아의 역할을 이해하기를 원하고, 또한 그분께 이끌리며 그분과 동행하기를 원한다면, 신학적 논리에 깊이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비록 성모님이 하느님의 어머님이란 진리가 헤아릴 수 없이 심오한 신비이지만 말입니다.

가톨릭 신앙은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을 보여주는 징표로 여깁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의 친구로 부르십니다. 비록 우리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먼지 같은 존재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안에서 약동하심으로써 우리는 죄로부터 놓여나고 그리스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담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주신 이 지혜나 구원을 우리가 이뤄낼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분께서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약속의 단계에 우리가 놓여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이미 우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고통스러운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빛을 갈구하는 눈 먼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아는 자녀들인 것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의 따뜻함과 보호하심에 관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계신 분이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성모님의 이름이 우리의 마음속에 곧바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들 개개인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짚어보면, 감미로운 이름의 성모 마리아를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부모를 사랑하듯, 우리의 형제 자매들과 다른 가족들, 그리고 친구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똑같은 마음으로 성모 마리아를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아들, 딸들이 어머니를 어떻게 대합니까? 물론 조금씩 다르겠지만, 항상 사랑하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대하지 결코 냉정하게 굴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아주 친밀한 모습이 어머니를 대하는 평범한 아들, 딸들의 태도이겠지요. 만약 그렇게 평범하지만 친밀한 행동들, 예를 들면 집을 들고 날 때 하는 입맞춤이나 포옹이라든지, 조금 특별한 관심, 그리고 몇 마디의 따뜻한 말 같은 것들이 없다면 어머니는 마음이 상하실 것입니다.

천국에 계신 우리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도 우리들 각자의 어머니를 대하는 것과 똑같이 행동해야 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스카풀라를 입는 관습을 갖고 있습니다. 또는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에, 그리고 많은 공공장소에 걸린 성화(聖畵)에 인사하는 습관도 있습니다. 흘깃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사지요. 그리스도인들은 또 묵주기도를 하면서 그리스도 삶의 중요한 사건들을 떠올립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아무리 반복해서 기도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하루를 성모님을 위한 날로 정해 성모님을 위해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하면서 그분의 모성적 사랑에 관해서 깊이 생각합니다. 주로 오늘 같은 토요일이죠.

제가 여기서 굳이 얘기할 필요 없이 수많은 마리아 공경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이 모든 공경 행위들을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자연적 삶의 성장은 여러 공경 행위들을 거듭하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그런 공경 행위들 중 어느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성모 마리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신앙의 풍성함을 누리지 못한다고 저는 얘기하곤 했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공경이 지나간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에서 성모 공경이 지닌 깊은 의미를 잊어버린 듯이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들이 생겨난 근원을 망각한 것 같습니다. 그 근원이란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하는 성부의 뜻에 대한 믿음입니다. 또한 실제로 인간이 되셔서 여인에게서 태어나신 성자에 대한 사랑이며,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해주시는 성령에 대한 신뢰입니다. 우리에게 성모 마리아를 주신 분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성모님을 거부할 어떤 권한도 없습니다. 우리는 당신 자녀로서의 사랑과 기쁨으로 성모님께 다가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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