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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우리의 임금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을 다스리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의미의 다스림을 상상하려 해선 안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지배하시거나, 군림하시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기” (마태 20,28) 때문입니다.

그분의 왕국은 평화와 기쁨과 정의의 나라입니다. 우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관념적 추론에 시간을 낭비하길 원치 않으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행동을 기대하십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치유자(治癒者)이십니다.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을 우리의 영혼 깊이 스며들게 한다면, 그분은 우리의 이기심을 낫게 해주십니다. 가장 나쁜 병은 위선이라고 예수님은 가르치셨습니다. 위선은 우리들 자신의 죄를 숨기게 만드는 교만인 까닭입니다. 우리는 그분께 온전히 진실해야 합니다. 그분께 온전히 진리만을 말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얘기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언제나 원하시는 바를 말하십시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마태 8,2). 주님은 제 약점을 아십니다. 그런 조짐을 저도 느낍니다. 제 결점들 때문에 저도 고통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께 상처를 보여드립니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대놓고 보여드려야 합니다. 만약 우리의 상처가 곪았다면 그 고름까지도 보여드려야 합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수많은 영혼을 치료하셨습니다. 그러니 제 마음에 당신을 모셨을 때, 또는 감실에 계신 당신의 현존을 제가 묵상할 때, 당신이야말로 거룩한 치유자임을 제가 깨닫도록 도와주소서.

그분은 스승이십니다. 오직 그분만이 하느님을 향한 한없는 사랑을, 하느님 안에 계신 무한한 사랑을, 인간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 우리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그분은 모든 인류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포기하셨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따른다면, 다른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지 않고 이기적인 방법으로 우리 삶을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께 속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과 함께 섬기며 살아가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을 관대하게 대하며, 여러분의 말과 모범을 통해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그리스도교적 헌신의 정도를 보여줘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이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열망을 마음에 품길 기대하십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거듭 말씀하십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요한 7,37) 그리고 우리는 대답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잊어버리도록 가르치소서. 그래서 우리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당신과 다른 사람들을 대하게 하소서. 그렇게 하면, 우리가 글씨 쓰는 법을 배울 때와 똑같이 우리 주님께서 당신 은총으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마구잡이로 글씨를 쓸 때 선생님이 손을 잡고 글쓰기를 직접 가르쳐주셨던 기억을 갖고 계시죠?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드러내보이는 기쁨을 맛보기 시작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다운 행동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쁨 또한 맛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다운 우리의 행동에서 모두가 하느님의 경이로움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친구이십니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 불렀다.” (요한 15,15) 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친구 말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당신의 친구로 부르셨습니다. 그분이 먼저 다가오신 것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분은 당신의 사랑을 강요하시지 않습니다. 사랑을 주실 뿐입니다. 그분은 가장 분명한 표징으로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요한 15,13) 그분은 라자로의 친구였습니다. 예수님은 라자로의 죽음을 보시고 그를 위해 우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부터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만약 우리의 내적 삶이 죽어 뻣뻣해져서 냉정하고 반항적이며 완고해져 버린다면, 그 모습을 보시고 그분은 눈물을 흘리실 것입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내 친구여, 일어나 걸어라.” (요한 11,43, 루카 5,24) 그러니 주님께서는 결코 삶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편협한 삶에서 떠나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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