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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하느님의 친구들»에 하느님의 현존 → 직업에 항이 있음.

“만일 존경받는 중요한 인물이 앞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개선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 아니 계신 데 없이 늘 함께하심을 깨닫고 감사하며 사랑을 드리는 사람의 말과 행동과 감정은 점점 더 성화되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고 계시다는 사실을 우리 양심이 생생히 깨닫고, 또 우리가 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제외됨 없이 모두 그분의 눈앞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다르게 반응하고 조심스럽게 일을 수행할까요! 이것이야말로 제가 지난 수 년 동안 선포해 왔던 거룩함의 비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본받으라고 우리 모두를 부르셨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세상 한가운데서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그리스도를 모든 활동의 중심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 자기 자신의 직업이나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또 세상의 성화를 위하여 세상 안에서 고귀한 일에 성실하게 투신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또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부족하다면, 그 사람은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의 초자연적 의미를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세상의 성화를 위한 하느님의 일꾼이 반드시 지녀야 할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에게 너무 관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경향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에게 쉽게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또는 휴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 지나친 걱정을 합니다. 물론 휴식이 필요합니다. 날마다 새로운 활력으로 일과 씨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 해 전에 이야기했듯이, “휴식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노력이 덜 요구되는 다른 활동들에 우리의 주의를 돌리는 것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우리 어깨 위에 놓인 놀라운 책임들에 대하여 너무 느긋하고 그것들을 망각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단지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우리는 또한 그릇된 합리화 속으로 숨으며 시간을 낭비합니다. 반면에 사탄과 그의 졸개들은 결코 쉬지 않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시다. 예전에 노예였던 그리스도인들에게 한 이야기를 묵상해 봅시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좋아하는 자들처럼 눈가림으로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진심으로 실행하십시오.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섬기는 것처럼 기쁘게 섬기십시오”(에페 6,6-7).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들이 그 주인에게 복종할 것을 촉구합니다. 여러분과 제가 마땅히 따라야 할 좋은 충고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주 예수님께 빛을 주십사고 청합시다. 우리의 직업이 우리 자신의 성화 소명에 필요하고 또 유익한 것이 되도록 하는 그 신성한 의미를 매 순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십사고 간절히 청합시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마르 6,3)이라고 불립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거룩한 자부심을 지니고 참으로 일하는 사람임을 행동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하느님의 특사로 행동해야 합니다. 만일 우리가 일을 마치지 못한다면, 만일 다른 사람들보다 직업적으로 덜 노력하고 덜 희생한다면, 만일 부주의하고 믿음직하지 않으며 경박하고 무계획적인 사람으로 불린다면, 우리는 그분을 충실히 섬기는 것이 아님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영성 생활과 관련된 다른 의무들도 성공적으로 이행하지 못할 것이며, 아마도 더 어려워할 것입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루카 16,10).

저는 또한 그즈음에 부르고스에 머물렀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 도시에 주둔했던 많은 군인들 말고도 휴가 온 수많은 젊은이들이 저와 함께 며칠 시간을 보내려고 찾아왔습니다. 저도 무너진 호텔의 단칸방에서 몇몇 자녀들과 함께 지냈고, 비록 생활 편의 시설은 대부분 부족했지만 모여든 수백 명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하였습니다.

우리는 아를란손 강둑을 따라서 걷곤 하였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저는 그들이 내면의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결심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언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그들이 진정한 그리스도인 생활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열망을 불러일으키고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라스우엘가스 수도원까지 걷곤 했습니다. 또 어떤 때에는 주교좌성당까지 가곤 했습니다.

저는 주교좌성당의 종탑에 올라가 꼭대기의 장식을 가까이 살펴보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 장식은 참으로 인내롭고 힘겨운 세공 작업의 걸작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동행한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이 아름다운 작품이 저 아래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곤 했습니다. 예전에 그들에게 설명했던 것과 연관 지어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고자, 저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일이며,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참으로 아름답고 정교한 이 돌 장식처럼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마치도록 하십시오.” 우리 일행은 우리가 본 모든 것이 하나의 기도이며 하느님과 나누는 다정한 대화임을 이해하였습니다. 그 높은 종탑에서 일한 사람들은 저 아래 길거리에서는 자신들의 노고의 결실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오직 하느님 한 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일이 우리를 주님께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까? 여러분도 중세의 석공이 했던 것처럼 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일은 하느님의 일이 될 것이며, 인간의 일이면서도 거룩함을 간직한 결실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우리는 주님을 찬미하면서 밭을 갈고, 주님의 자비를 노래하면서 항해도 하고 장사도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매 순간 하느님과 결합됩니다. 전장의 참호에 웅크리고 있는 병사처럼 낯선 환경에 내던져졌을 때에도, 열성을 다한다면 주님 안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현존 안에 머물며 노력하고 또 노력하였을 것이므로, 여러분의 노력은 기도가 된다는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기대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직업의 인간적인 면과 관련해서는, 우리를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일하는 것을 보았을 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당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제 말대로 행동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을 믿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지 않을 것이며,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탑을 세우려는 사람의 비유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되지 않아야 합니다.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할 것이다”(루카 14,29-30).

저를 믿으십시오. 만일 여러분이 여러분의 초자연적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일을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성전에 마지막 돌을 얹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할 수 있습니다!”(마태 20,22)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우리도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일을 기도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자마자, 하느님께서 벌써 들으시고 격려해 주십니다. 우리 영혼은 일상생활의 한가운데서 침묵 중에 기도를 올립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극기의 삶을 살도록 요구하십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작은 희생을 봉헌하고, 우리를 괴롭히는 누군가에게 미소를 건네라고 요구하십니다. 재미는 없더라도 중요한 일을 먼저 하고, 세세한 일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포기하고 싶더라도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자신의 임무를 끈기 있게 완수하도록 요구하십니다. 이 모든 일로써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책상이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장소에 십자가를 두어 여러분이 내적 기도 안에 머무를 수 있도록 정신을 일깨우고, 여러분의 마음과 영혼이 섬기는 삶에 관하여 배울 수 있는 교과서로 삼도록 하십시오.

이러한 관상기도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면, 여러분은 곧바로 주님의 친구가 되었다는 느낌을 지니게 될 것이며,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이 땅에서 거룩한 길들을 온 인류에게 활짝 열어 보이는 임무를 맡기셨음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일로써 모든 대륙에 그리스도의 왕국을 확장하는 일에 협력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하는 시간 시간을 봉헌함으로써 먼 지역에서 신앙의 싹이 트도록 도울 수 있으며, 신앙 고백을 잔인하게 금지하는 나라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복음의 빛이 희미해져가고 영혼들이 무지의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전통적 그리스도교 국가들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여러분의 일하는 시간은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이 됩니다. 일이 끝날 때까지 끈기 있게 몇 분이라도 더 오래 주님께 시간을 봉헌하십시오. 간단하고 실제적인 방법으로 여러분은 침묵 속의 기도를 사도직으로 바꾸는 것이며, 이제 여러분에게 그러한 기도는 지극히 감미롭고 자비하신 주 예수님의 성심과 하나 되어 고동치는 심장처럼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