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 목록

«밭고랑»에는 부르주아적 태도를 주제로 하는 4 항이 있음.

그대의 친지는 아주 유식하고 잘사는 좋은 사람인데 이렇게 말해 왔습니다. “그대는 물론 죄를 져서는 안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굴하고 타산적이며, 고귀한 이상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지도 헌신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그 얼마나 슬픕니까!

이따금씩 저들 잠든 영혼을 보면서 그들에게 소리쳐 주고 싶고, 그들이 알아차리게 해 주고 싶고, 그들이 빠져든 그 무서운 혼수 상태에서 그들을 깨워 주고 싶은 엄청난 욕구를 느낍니다. 그들이 길을 찾지 못하고 지팡이로 더듬고 있는 장님처럼 걷는 꼴을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슬픕니다!

완전하신 사랑에서 우러난 예수님의 눈물이 예루살렘에 얼마나 뿌려졌는지를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대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대단히 가톨릭적입니다. 기숙사 분위기도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미사는 정오가 아닌 데다 수업도 오전 중이라 술 한두 잔을 한 후에 저녁에 늦게 공부할 수 없는 게 아쉽다고 합니다. 그대의 그 “가톨릭”은 가짜, 단순히 부르주아적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대의 나이에 그같이 생각하면 안 되는걸 모릅니까? 나태함이나 자기숭배를 버리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당신 주위의 현실에 스스로를 맞추십시오. 그렇게 하면 그대는 그대의 가톨릭 신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스님’처럼 사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아니면 그런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위험이 많이 있습니다. 즉, 잘 정돈된 집에서 살며, 탈 없이, 행복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나자렛의 가족을 희화화하는 것입니다. 행복과 질서를 지니신 예수님은 그 보물을 모든 시대의 남녀에게 전해주기 위해 행차하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