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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분명히 나와 있듯이, 우리가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려고 할 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겸손입니다. 잠언에 이르기를 “겸손한 이에게는 지혜가 따른다.”(잠언 11,2)고 합니다. 겸손은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변명하지 않고 정직하게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거의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위대함에 자신을 열어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시요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이 사실을 얼마나 잘 이해하셨습니까!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탁월한 분이신 마리아께서는 이 땅에 계셨으며, 앞으로도 계실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신”(루카 1,52) 우리 주님의 권능을 영광스럽게 드러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주님의 섭리가 자신에게서 다시 한 번 실현되었음을 기뻐하며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루카 1,48).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겸손을 보자마자 자신의 가장 순수한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거룩하게 변모하였습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 1,35). 복되신 동정녀의 겸손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측량할 수도 없는 은총의 결과입니다. 이로써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의 태중에 오시는 거룩하신 성자의 강생에 협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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