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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목요일의 기쁨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한 성체께 항상 불러드렸던 그 찬미가를 우리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입을 열어 찬양하세. 영광의 성체 신비. 세상 구원 이루시려 흘리신 성혈 신비. 강생하신 만민 임금. 당신 피 흘리셨네. 순결하신 동정녀가 낳으신 아드님이 구원을 이루셨네” 우리는 성체 안에 숨어 계신 우리 하느님을 열렬히 경배해야 합니다. 그분은 예수님 당신 자신입니다. 동정 성모님께 잉태되어 나셔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당신 생명을 내어주신 그분이신 것입니다. 창으로 당신 옆구리를 찔리신 예수님은 물과 피를 흘리셨습니다.

이는 그리스도 자신을 우리 안에 받아 모시는 거룩한 잔치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수난을 새롭게 기억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그분을 통해서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미래의 영광을 약속받습니다. 교회 전례는 우리를 향한 주님 사랑의 역사의 정점(頂點)을 이렇게 몇 마디의 말씀으로 요약해왔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인간의 운명과 열망, 분투와 고통을 무관심하게 지켜보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렇게 멀리 계신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그분은 당신 자녀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말씀이 사람이 되신 분, 복되신 삼위일체의 제2위격이신 예수님을 보내십니다. 예수님이 인간의 본성을 취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구원을 위해 죽을 수 있게 하신 겁니다. 하늘에 계신 그분은 사랑 넘치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에 거하시는 성령의 활동을 통해 지금도 우리를 당신께 친절하게 이끌어 주십니다.

이것이야말로 성목요일에 우리가 느끼는 기쁨의 원천입니다. 창조주께서 당신의 피조물을 이토록 사랑하심을 깨닫는 것이 바로 기쁨의 근원인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체성사를 세우심으로써 항상 우리 곁에 계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그때까지 주님께서 행하신 다른 모든 자비의 증거들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당신 자비의 새로운 증거로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리하신 이유 중 한 가지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그분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지만, 우리와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셨습니다. 복되신 삼위일체께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에 빠지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은총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려 주셨고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세 1,26) 만드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셨습니다. 인간 개개인의 죄는 물론이고, 아담과 그의 후손들에게까지 뻗친 원죄로부터 구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인간의 영혼에 거하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요한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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