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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친구들»에는 자연스러움를 주제로 하는 2 항이 있음.

여러분에게 죄가 너무 많아서 주님께서 여러분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실까 봐 걱정이 됩니까? 예수님께서는 자비가 넘치시는 분이므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진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비참함에 빠져 있다면, 저 세리처럼 그분께 가서(루카 18,13 참조) 말씀드리십시오. “주님, 제가 여기에 왔습니다.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또 예수님께서 중풍 병자에게 하신 일에 대하여 마태오 성인이 전하는 이야기를 읽어 보십시오. 병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그곳에, 하느님 앞에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참회하는 마음과 그를 가엾게 여기는 사람의 슬픔에 마음이 움직이시어 곧바로 큰 자비를 베푸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태 9,2).

제가 충고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기도할 때에 복음서의 여러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생각들을 기억해 내고 묵상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선택한 장면 또는 신비를 떠올리십시오. 그다음에는 우리 주님의 자비하신 성심, 겸손, 순수함,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는 방식 등의 특정한 측면에 마음을 집중하십시오. 그다음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러분의 영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님께 말씀드리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려고 하시니, 정신을 바짝 차리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어떤 암시가 느껴지고, 깨달음을 얻으며 주님의 부드러운 질책도 들을 것입니다.

저의 기도 방법 하나는, 아마 여러분에게도 유익할 것입니다만, 가끔 지극히 영적인 내용들조차도 물질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주님께서 사용하시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분은 주변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을 활용하시고 비유를 통해 가르치시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예컨대, 목자와 양 떼, 포도나무와 가지, 배와 그물,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등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씨가 우리 마음에 뿌려졌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위하여 어떤 땅을 준비하였습니까? 돌밭입니까? 가시덤불입니까? 하잘것없는 인간적 근심들이 말씀의 씨의 숨을 막아 버리는 것은 아닙니까? 주님, 햇빛과 비가 알맞으며 비옥하고 좋은 땅을 준비하게 하소서. 여러분의 씨가 좋은 땅에 뿌리를 내려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 9월이 오면 포도나무는 수확을 앞둔 포도들의 무게 때문에 구부러지고, 유연하게 얽히며, 길고 호리호리한 가지들로 풍성해집니다. 나무줄기를 통해서 오는 수액을 공급받기 때문에 그 가지들에는 열매들이 가득한 것입니다. 그러지 않았면, 몇 개월 전에 우리가 알던 그 조그만 싹에서는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주고 마음에 생기를 돋우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시편 104,15 참조).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반쯤 땅에 묻힌, 메마른 가지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지들도 한때는 나무에 붙어 있었으나, 지금은 시들고 죽어 ‘열매 맺지 못함’의 완벽한 표상을 보여 줍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여기 보물이 묻혀 있습니다. 그 보물을 발견한 행운아의 무한한 기쁨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고생도 고통도 끝났습니다. 그는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보물이 묻힌 밭을 삽니다. 그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의 마음도 있습니다(마태 6,21 참조). 우리의 보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을 따르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던져 버리는 일을 망설여서는 안 됩니다. 쓸모없는 짐을 일단 버리게 되면, 우리의 배는 하느님 사랑의 안전한 항구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