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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길»에 봉헌 → 마음을 봉헌함 항이 있음.

마드리드의 전선. 고상하고 명랑한 분위기를 이룬 20명 남짓한 장교들, 노래 한곡이 들립니다. 그 다음에 다른 곡, 또 다른 곡…. 갈색 수염을 기른 그 젊은 중위는 첫곡만 들었습니다.

조각난 마음이 

나는 싫으니 

내가 마음을 준다면 

고스란히 다 주리 

‘마음을 전부 주려고 했는데 이 무슨 저항이람!’ 

그리고는 마음 속에서 기도가 새어나와 조용하고 넓은 시냇물을 따라 흘러갔습니다.

그대는 마치 팔려고 내놓은 물건처럼, 그대의 마음을 들고 다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누가 그것을 원하겠습니까? 누군가에게 호소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는 그것을 하느님께 드리겠다고 결심할 것입니다. 

성인들도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리낌없이, 어린애처럼 그분께 말씀드리십시오. 

“제게 ‘그것’을 요구하시는 대신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마음이 어떠십니까?…. 걱정마십시오. 그대와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던 성인들도 그런 ‘자연적인’ 성향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만약 성인이라고 하여 그런 성향이 전혀 없었다면, 세상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하느님을 위해 마음(몸과 영혼)을 지킨 그분들의 ‘초자연적인’ 모습은 공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단 길을 발견한 후, 하느님 사랑에 완전히 빠져있고 결심으로 가득 찬 영혼에게는 마음의 나약함이 장애물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대는 내게 이렇게 편지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마음 속 ‘치통’을 앓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농담이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몇개를 ‘발치’해줄 훌륭한 치과의사가 그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대가 허락만 한다면!….

“아, 내가 그것을 시초부터 끊어버렸다면 좋았으련만!” 그대는 내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때늦은 후회의 그런 외침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를 빕니다.

길이 얼마나 분명한지! 장애물들이 얼마나 뻔하게 들여다보이는지! 그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도 그대는 몇번이나 길을 잃었고, 몇번이나 비틀거렸는지! 그게 사실 아닙니까? 그대와 내가 알고 있지만 그대가 끊어버리려고 하지 않는 그 ‘가느다란 실(단련된 쇠사슬)’이 그대를 길에서 벗어나게 하고 비틀거리게 하고 쓰러지게까지 합니다.

그것을 끊고 전진하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는 겁니까?

그대가 그대의 일을 끝냈을 때, 그리스도를 위해 그대 형제의 일을 도와주되, 아주 상냥하고 자연스러워 그대가 감당할 몫 이상의 일을 돕고 있음을 심지어 당사자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 지닌 세심한 덕입니다!

그대는 왜 마음 속에 그런 구석들을 남겨놓습니까? 그대가 완전히 헌신하지 않는 한 그대는 남들을 하느님께 데려갈 수가 없습니다. 그대는 참으로 가엾은 도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