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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리스도께서 지나가신다»에 천국 → 영생의 보증인 성체성사 항이 있음.

영원한 생명의 빵 

이 모든 것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사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거룩한 성체를 바라봅시다. 주님을 향해 눈을 돌립시다. 그분은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당신의 한 부분으로 만드셨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 (1코린 12,27) 하느님께서는 감실 안에 계시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우리의 양식이 되기 위해서, 우리를 강하게 하고 거룩하게 하시며 우리의 일과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감실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분입니다. 주님이 뿌리신 씨앗과 그 ‘씨 뿌리심’의 마지막 결과는 바로 ‘영원한 생명의 빵’입니다.

거룩한 성체의 기적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성체는 예수님의 모든 개인적 특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분은 완벽한 하느님이신 동시에 완벽한 인간이시며 하늘과 땅의 주님이십니다. 그분은 가장 자연스럽고도 평범한 방법으로 당신 자신을 우리의 양식(糧食)으로 내어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2천 년 동안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매우 긴 세월이지만 꼭 길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에 빠지면 시간이 빨리 가는 법이니까요.

저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기억합니다. 현자(賢者) 알폰소 왕이 수집한 노래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노래는 어느 소박한 수도자에 관한 전설인데, 그는 성모님께 단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천국을 보여 달라고 간구했다고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셨고 그 선한 수도자는 낙원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천국에서 돌아와 보니 자신이 살던 수도원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매우 짧았다고 생각했던 그의 기도가 삼백 년이나 이어졌던 것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삼백 년이라는 세월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성체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저의 설명입니다. 우리를 기다리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이기적이고 변덕스럽지만, 당신의 한없는 애정을 깨닫고 우리 자신을 그분께 온전히 봉헌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시고 끝까지 찾으십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시고자 하는 당신의 열망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으며, 성체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3,1) 복음서의 이 말씀은 요한 성인이 파스카 축제 전날 일어난 사건을 설명하는 서두입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1코린 11, 23-25)

새로운 생명 

새로운 계약이 맺어지는 간명하면서도 장엄한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낡은 계약을 허무셨습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이 우리의 기도와 삶의 ‘내용’이 되실 것임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이로 인한 우리의 기쁨은 오늘의 전례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우렁차고 유쾌하게 기쁜 노래 함께 불러 용약하며 찬양하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새로운 시대를 노래하는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축제입니다. “새 파스카 새 법으로 낡은 예식 끝내도다. 새 것 와서 옛 것 쫓고 예표 가고 진리 오니 어둠대신 빛이 온다”

이것은 사랑의 기적입니다. “이것은 진실로 하느님 자녀들을 위한 빵이네” 영원하신 아버지의 아들인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의 음식으로 내어주십니다. 그리고 바로 그 예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손님이자, 구원사업의 공동상속인이요, 동료”로서 받아들이기 위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양식으로 품은 사람들은 선종의 순간 땅에서는 죽지만, 영원히 살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리스도인의 영원한 행복이 시작됐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성체’라고 하는 최고의 만나로 위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낡은 삶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잊읍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말도, 행동도” 새롭게 바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가 꿈조차 꿀 수 없었던 깊은 사랑이 우리에게 전해졌기에 새로운 ‘소식’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우리가 하나 되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없기에 ‘기쁨’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최고로 기쁜 일이지요. 그러기에 ‘기쁜 소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천국을 미리 맛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말씀과 빵 안에 현존하시는 분… 예수님과의 만남 

예수님께서는 제대의 성체 안에 숨어 계십니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당신께 다가오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양식이 되어주심으로써 당신과 우리가 하나가 되길 바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요한 15,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의 무능함을 탓하거나 어렵고 힘든 경로로 당신을 찾아오라고 강요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분께서는 바로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머물러 오셨습니다. 그분은 완전히 우리와 같이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사성제를 드리기 위해 제대 주위에서 서로 만날 때, 우리가 성광(聖光) 안에 계신 성체를 묵상하거나 감실에 계신 주님을 경배할 때, 우리의 신앙은 굳세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받은 이 새 생명에 관해 깊이 생각해야 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온유함에 감화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사도 2,42) 성경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신앙에 끌려 한데 모였고, 성체를 더불어 나누며 한마음으로 기도하기 위해 완벽한 일치를 이루었습니다. 신앙과 빵과 말씀이 하나가 된 것입니다.

성체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확실한 약속을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영혼 안에 현존(現存)하신다는 서약입니다. 이는 또한 온 세상을 떠받쳐주시는 당신 권능의 언약이며, 구원을 확약하는 맹세인 것입니다. 이 구원의 약속은 세상 끝날에 인류 가족이 천국의 집에서 영원히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천국의 집에서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즉 한 분이며 유일하신 하느님인 복된 삼위일체를 만나게 됩니다. 빵과 포도주라는 겉모양 안에 실재(實在)로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우리가 믿을 때 우리의 신앙은 약동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