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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리스도께서 지나가신다»에 인내 → 충실함 항이 있음.

진실한 사랑은 모든 혼인관계에서 충실함과 정직함을 요구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이와 관련해,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때 기쁨이나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셨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부터 오는 기쁨이나 만족은 선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그 반대로 오직 만족 자체만 목표로 삼아 이를 추구한다면, 그래서 만족이 지향해야 할 선(善)함을 무시한다면, 이는 만족의 진정한 본성을 왜곡시킨 것이며 만족을 죄로, 또는 죄를 짓게 되는 상황으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

정결(貞潔)은 단순히 금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 안에 깃들어 있는 의지(意志)에 대한 명확한 긍정입니다. 삶의 어떤 상황에서건 정결은 사랑을 항상 생기 넘치게 유지해주는 미덕입니다. 육체적인 성숙에 눈뜨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정결이 있고,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정결이 있습니다. 또한 독신생활을 하도록 하느님께 부르심 받은 이들에게 맞는 정결이 있으며, 기혼자로 하느님께 선택받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결도 있습니다.

저는, 토비야가 사라와 결혼하기 전에 대천사 라파엘이 그에게 준 굳세고도 명확한 조언이 떠오릅니다. “그러자 라파엘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내 말을 들으시오. 그러면 나는 누가 마귀에게 휘둘릴 수 있는지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요. 자기 자신에게서, 자신의 마음에서 하느님을 배제하고, 분별력 없는 말이나 노새처럼 욕정에 몸을 던지는 방식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마귀의 힘에 좌우되는 이들이기 때문이요.”

정결의 미덕이 없다면, 결혼생활에서 순수하고 진실하며 기쁨에 찬 인간의 사랑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결의 미덕은 부부로 하여금 성(性)의 신비를 존중하게 합니다. 또한 그 신비에 충실하며 인격적으로 헌신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저는 불순한 것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혐오스럽고 의미 없는 궤변에 빠져들지 않도록 항상 애써왔습니다. 대신에 저는 정결과 순결, 그리고 사랑에 대한 기쁨에 찬 확신에 관해서 여러 차례 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결혼생활에서의 정결과 관련해 저는 모든 부부들에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데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오히려, 서로 애정을 드러내는 일은 결혼생활의 뿌리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부부들에게 기대하시는 것은 그들이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성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품위 있고 단순하며 단정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렇게 바라십니다. 저는 또한 부부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할 때 그 결과로 부부관계가 존엄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부부의 관계가 결실을 맺어 출산(出産)에까지 이르면, 부부의 사랑은 엄존(儼存)할 것입니다.

이렇게 삶의 원천이 되는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선물을 거스르는 범죄입니다. 이는 곧, 인간은 사랑이 아닌 이기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마치 공범(共犯)처럼 바라보게 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며 불화가 싹트게 됩니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불화는 십중팔구 치유하기 불가능해집니다.

부부의 사랑에 정결이 깃들어 있다면, 그들의 결혼생활은 진실한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고 서로 이해하게 되며, 부부 사이의 일치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性)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이 왜곡될 때 부부의 친교는 망가져버리고, 더이상 서로를 솔직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진지하고 순결한 애정을 기반으로, 또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자녀들을 세상에 데려오는 기쁨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함께 꾸려야만 합니다. 부부는 그들 자신의 안락함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하며, 하느님의 섭리를 신뢰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대가족을 이루는 것은 확실히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보증합니다. 이기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삶의 그릇된 옹호자들은 정반대로 이야기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소명은 우리네 존재의 일부분이 아닌 존재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맺은 관계는 필연적으로 우리들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라고 요구합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은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봅니다. 삶의 일부가 아닌 모든 측면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선이 바로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성 요셉 축일을 축하하는 여러분은 각기 다른 분야의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각자의 집을 따로 갖고 있고, 각자 국적도 여러 나라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릅니다. 강의실에서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고,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저마다의 직업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해왔습니다. 여러분의 동료들과 직업상의 관계 또는 개인적인 친교를 쌓아왔고, 여러분의 회사와 공동체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어왔습니다.

네 좋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느님의 계획 안에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여러분이 가진 직업은 여러분이 하느님께 받은 소명의 아주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거룩해지기 위해서 분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인격에 특별한 품성을 부여해야 하고, 여러분의 생활이 일정한 양식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여러분의 동료들을 거룩하게 하는 일에 기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일과 여러분의 환경을 거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환경이란 여러분이 하루를 보내는 직업과 직장, 여러분이 태어나고 사랑하는 여러분의 가정과 가족, 그리고 국가 등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