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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길»에 무시 당함 → 사도직 항이 있음.

그대는 지식을 연마하는 데만 급급합니다. 그러나 진정 단련해야할 것은 그대의 영혼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그대는 그리스도를 위해 제대로 일하게 됩니다. 

그분께서 세상을 다스리시게 하려면,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모든 인간활동에 권위있게 참여하며, 그 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직업적 사도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대 사도직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마십시오. 이 세상은 이기적인 몰이해로 가득 차있다는 것을 모릅니까?

늘 보여야한다니! 그대는 내게 사진, 도표, 통계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대에게 그 자료들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나는 정반대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지상에서 잘 보이려고 일했다고 나 스스로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 보이길 원하는 곳은 천국입니다.

별처럼 반짝이고 싶고, 하늘 높은 데서 나오는 빛처럼 비추고 싶다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횃불처럼 타올라, 숨어서 그대가 접촉하는 모든 사람을 불태우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그대의 사도직입니다. 그것이 곧 그대가 지상에 있는 이유입니다.

달리고 달린다!… 하자 하자!… 미친듯이 열정적인 활동… 놀라운 물질적 업적들…. 영적으로는… 

구겨진 종이 상자, 천조각, 색칠한 골판지… 북적대는 것! 그리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 

오직 ‘오늘’만 생각하고 하는 짓들입니다. 그들의 안목은 ‘현재’에 고정돼있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과거와 미래를 ‘현재에 연결시켜’ 영원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합니다. 

서둘러 미친듯이 새로운 것을 좇지 말고 침착, 평화, 내적 생활을 한다면 그대 삶의 적당한 위치에서, 강력한 영적 발전기처럼 그대는 힘과 빛을 잃지 않고도 수많은 사람에게 빛과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대는 순교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쉽게 순교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도이면서 사도라고 칭하지 않는 것, 사명을 받은 선교사이면서도 자신을 선교사라고 칭하지 않는 것,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면서도 세상에 속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 한마디로 알려지지 않고 지나가는 것!

사도직 업무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그대는 한줌의 다이아몬드보다는 석탄 한가마를 선택할 것입니다.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셨을 때 우리는 뜨거운 감동을 느끼지 않았던가! Nonne cor nostrum ardens erat in nobis, dum loqueretur in via!” 

만일 그대가 사도라면, 인생길에서 그대를 만난 그대의 직장동료들의 입술에서도 엠마오 제자들이 한 이말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합니다.

여러분이 세상에서 하느님께 헌신하고자 한다면 지성인이 되기에 앞서 기도를 통해 주님과 아주 깊이 일치해있는 영적인 사람이 돼야합니다. *여성은 지성인이 안되더라도 신중하면 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모든 감각과 신체기능 하나 하나를 다 덮는, 보이지 않는 겉옷을 걸치고 다녀야 합니다.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것. 속죄하고, 속죄하고, 또 속죄하는 것.

* "내 앞에 두 개의 길이 보인다. 하나는 내가 공부해서 학자가 되는 것입니다.(나는 이 일이 가능하고 마음에 든다) 다른 하나는 나의 욕망을 희생하는 것이다. 무식한 사랑으로써가 아니라 신중하기만 하면 되는 길이다. 나의 길은 두 번째다. 하느님은 내가 성화를 이루어 하느님의 일을 하길 원하신다."
이 글을 호세마리아 성인이 1932년에 자신의 수첩에 적어놓은 내용이다. 성 호세마리아는 당신의 남성 우월적 시대적 배경에서도 결코 여성을 경멸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들도 남성들과 독같이 사회적, 직업적인 면에서 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지 '학자'나 '박사'가 되기 이전에 속죄와 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결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여성들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학자가 되기보다는 '신중한' 사람이 되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믿었던 것이다.

활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놓은 채 기도하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는 빛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왕국에서는 그들이 쓰고 있는 월계관이 얼마나 빛날지! ‘고통을 통한 사도직’은 복되도다!

내가 그대의 신중한 사도직을 ‘조용하고 효과적인 사명’이라고 부른 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그 말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